기업의 큐레이션 마케팅이 필요한 이유
지난 9월 중순, '디지털 큐레이션과 위키미디어를 말하다' 라는 제목의 3세대 SNS 전망보고서가 발표되었습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한국소셜네트워크협회, 전자신문, 이스토리랩에서 각 분야의 실무자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함께 칼럼을 기고 받아 발표한 보고서인데요, 소셜미디어 상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보고서 다운받기 : http://report.2u.lc/)
이 보고서에 부꾸랍지만 저의 기고문이 실려있어서 블로그를 통해 그 전문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소셜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왜 큐레이션이 필요한지, IBK기업은행이 왜 핀터레스트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공감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
<출처 : 3세대 SNS 전망 보고서 표지 캡처>
서비스 내 탑재되어 있는 ‘마이페이지(my page)’라는 개념은 예전부터 여러 서비스에서 시도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이름만 바뀌었을 뿐 '개인화된 서비스'라는 컨셉으로 고객에게 편리함을 주는 목적으로 기획되고 있습니다.
전 직장이었던 유니텔에서 근무할 당시 마이페이지를 기획한 바 있습니다. 여러 서비스를 거치지 않아도 마이페이지에만 들어가면 관련 정보를 모두 접할 수 있도록 고객 편의를 강화했습니다. 그러나 유니텔 서비스에만 한정되고 뉴스 또한 선택권이 거의 없었습니다.
또 모 은행의 전체 웹사이트 리뉴얼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도 마이페이지 개편이 있었습니다. 미리 입력한 개인 자산을 체크해서 추천 상품을 안내해주는 일종의 개인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탑재한 서비스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대부분의 개인화 서비스는 그 주체가 바로 기업이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고객이 좋아할 만한 것을 보여주고, 고객의 선호도를 추측해서 보여주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결국은 기업의 서비스와 콘텐츠 노출 여부에 더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게다가 초창기 개인화 서비스는 기술적으로는 물론 서비스 철학으로도 꽤 거리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네이버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웹의 시대가 저물기 시작하고,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대변되는 소셜미디어가 등장함에 따라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기술과 철학에 대한 고민이 기업의 입장이 아닌 고객으로부터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소셜미디어로 달라진 생활 패턴
사람을 표현하는 여러 가지 단어 중에 '소우주'가 있습니다. 그만큼 '사람이 좋아하는 것'의 스펙트럼은 정말 범위가 넓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기호를 단순히 마이페이지라고 하는 단일 웹페이지에서 구현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소셜미디어의 창궐로 이 불가능해 보이던 일이 가까운 미래에 가능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여러분은 스마트폰으로 어떤 앱을 실행하고, 또 즐기고 있습니까? 잠시 필자의 스마트폰을 열어보겠습니다.
출근 길 근사한 음악을 듣다가 음악 공유앱인 사운드트래킹(soundtracking)으로
지금 감상 중인 음악을 친구들에게 알려준다.
지하철 밖의 태양이 아름다워 사진 필터앱인 인스타그램(instagram)으로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공유한다.
회사에 도착하면 위치기반앱인 포스퀘어(fousquare)를 통해 출근과 동시에 위치를 체크인한다.
근무 중 패스(path)를 켜고 친한 친구들과 옆 동료의 험담을 공유하고
한바탕 수다로 마무리한다.
업무 틈틈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전해주는 알림을 확인하고,
좋아요 및 RT를 하거나 이에 대한 답변으로 댓글을 남긴다.
퇴근 후 TV를 보다 TV콘텐츠 공유앱인 겟글루(getglue)를 실행시켜
현재 보고 있는 올림픽 축구를 체크인한다.
위의 행동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도 자연스럽게 공유되고 있습니다. 물론 소셜미디어와 함께 한 필자의 일과는 결코 보편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이용자에게는 전혀 낯선 풍경이 아닐 것이고, 이 중 하나는 평상시 수행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람들은 삶의 파편들을 기록하고, 또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 합니다. 이렇게 사소한 일상 생활은 물론 개개인의 성향에 맞춰 그 데이터가 기록되고 다른 소셜 친구들에게 공유되면서 일종의 패턴이 생기게 됩니다. 이 패턴은 또 다른 데이터가 되어 쌓여갑니다. 마치 미술관 관람객의 성향에 맞게 작품을 배치하는 노련한 큐레이터를 기다리는 것처럼 말입니다. 넘쳐나는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정리해줄 노련한 큐레이터가 필요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인터레스트 큐레이션과 마케팅
일상의 기록과 공유가 쉬워지고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노련한 전문 큐레이터가 아니어도 개개인이 충분히 정보를 분류하고 큐레이팅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게다가 소셜미디어 열풍으로 이제는 TV나 신문 등 전통 매체를 통하는 것보다 나와 비슷한 성향의 친구들이 필터링해서 전해주는 소식과 정보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바로 '인터레스트 큐레이션(Interest Curation, webplantip.com/722)'이 되는 것입니다. 대표 서비스가 핀터레스트(Pinterest)와 스포티파이(Spotify)로 대변되는 ICSNS(Interest Curation SNS)라 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관심사와 흥미가 큐레이션되는 서비스가 해외에서는 이미 소셜 트렌드의 정점에 서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조금씩 고객이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고 공유하고 공통관심사를 가진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는 서비스로 디지털 큐레이션 서비스가 주목 받고 있습니다. 기업의 큐레이션 마케팅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예전처럼 고객이 좋아하는 것을 마냥 추측하고 기다리는 것보다 고객이 있는 곳을 직접 찾아가는 방식이 통하는 시대입니다. 기업이 스스로의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고객이 기꺼이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고 공유하려는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닐까요?
큐레이션과 놀거리를 통해 기업 브랜딩
<IBK기업은행 핀터레스트 바로가기 : http://pinterest.com/goodibk>
IBK기업은행은 핀터레스트를 주목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공식 계정을 만들고 소소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송해 광고 이미지를 이용해 티징으로 핀터레스트 페이지를 만들어 핀터레스트 이용자는 물론 소셜 친구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공식 계정 오픈을 선언하고는 IBK 핀터레스트 팔로잉 이벤트를 진행해 성공적으로 끝마쳤습니다. 또 오프라인 '핀잇(pin it)'카드를 제작하여 오프라인에서도 핀을 꽂을 수 있다는 재미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팔로어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 중에 있습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고객들에게 '놀거리'를 제공하면서 자연스럽게 소셜미디어 내에서 IBK기업은행 브랜드를 심어나갈 예정입니다.
현재 핀터레스트는 ‘예쁜’ 이미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미래의 핀터레스트는 단순히 이미지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후발주자로서 다른 큐레이션 서비스들이 그러하듯 이미지뿐만 아니라 동영상, 텍스트 등이 가능한 멀티미디어로 확장될 가능성도 보입니다. 때문에 앞으로 핀터레스트를 비롯한 디지털 큐레이션을 활용한 다양한 기업마케팅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IBK기업은행이 블로그와 트위터, 페이스북에 이어 핀터레스트 채널을 오픈한 것은 미래에 대한 투자입니다. 소셜미디어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고 그 흐름 속에 디지털 큐레이션이 존재합니다. 지금은 하나의 최신 트렌드로 여겨지고 있지만 디지털 큐레이션은 곧 모든 서비스의 기본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IBK기업은행도 기업의 입맛에 맞게 시장을 주도하기 보다 잠재고객이기도 한 전체 소셜미디어 사용자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핀터레스트 외에도 다양한 디지털 큐레이션 서비스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려고 합니다.
3세대 SNS 전망보고서 디지털 큐레이션과 위키미디어를 말하다 다운로드 바로가기
이글은 IBK기업은행 블로그에 기고한 글입니다.